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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業) Stand Alone

취업 안되는 게 스팩 탓이다?

굳이 트랙백까지 걸게 된 것은 본문 보다는 첫 번째 리플 때문이었다.

 뭐 중소기업에서 150 남짓이라고 얘기 하는데, 벤처기업에서 근무하는 내 연봉도 별로 다르지 않다.
 다만 좀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별로 고생은 안 하고 즐겁게 일 한다는 것 정도?
 병특으로 입사한 이 회사에서 내 스펙은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다. 스펙이라면 뭐, P공대 중퇴(6학기 115학점 정도), 토익 920, 자격증은 없음, 학부 시절 동아리 회장 2개, 학교에서 주최한 대회 상장 하나와 프로그래밍 알바 했던 것 한 두개.

 간혹 이력서라던가 구직자의 전화를 받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터무니없는 연봉을 부르거나 (대졸 신입이 연 5천을 부른 경우도 있었다.) 혹은 문의 전화에서 연봉을 물어 보는 사람들 중에서 실제로 입사한 사람을 본 기억이 없다. 우리 회사가 특이할 수도 있겠지만, 설령 내가 고용주라고 해도 그런 사람은 안 뽑을 것 같다.

 이런 문제다. 어떤 사람의 희망 연봉이 8천이라고 하자. 거기에 이 사람이 회사의 이름으로 사용하는 모든 것들, 사무실 임대비용 1/n, 전기세등 공과금의 1/n 컴퓨터를 비롯한 설비들, 자잘한 문구류부터 간식비용까지 합해서 연 1억 정도 사용한다고 치자. 이 사람이 1년에 1억 5천을 벌어들일 수 있는 사람이라면 고용 할까? 합리적인 고용주라면 1억을 주고서라도 고용 하겠다. 그 편이 이득이기 때문이다.
 물론, 많은 경우에 이 사람이 얼마나 벌어들일 수 있을지는 정확히는 알 수 없고 그저 예상 할 뿐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회사와 고용주는 (대개) 합리적이다.
 하지만 개념머리 없는 신규 구직자들이 많이 놓치는 것이 있다. 본인이 1년에 얼마를 벌어들일 수 있는지 개념이 없고, 자신이 회사에다 돈을 벌어 와서 그 일부를 연봉으로 받는다는 마인드 자체가 없기 때문에 일단 높여서 부르고 본다. 그리고 그 액수는 대개 본인이 벌어다 줄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 수익을 훨씬 상회하기 마련이다. 합리적인 고용주는 '당연히' 고용하지 않는다. 이건 마인드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성의 문제이다.

 돈에 대한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하지만 나의 생각은 합리적인 고용주와 약간 다르다. 설령 이 사람이 1억을 벌어들일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5~6천을 주고 고용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약간의 변수가 있다. 이 사람이 정말 우리가 하는 일을 즐겁게 하고 이 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사람인가 하는 점이다. 자신의 일에 대한 내적 동기가 있는가 하는 여부 말이다.
 만약 이 일을 좋아하고, 이 회사에서 일 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라면 손익분기점까지 연봉을 주어도 아깝지 않다.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돈부터 물어보는 구직자라면 무조건 아웃이다. '일' 보다 '돈'이 우선인 사람이라면,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돈 조금 더 주는 곳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들어와서 일하다가 나가게 되면 인수인계의 비용은 몹시 크다. 작은 기업체들은 대개 그런 비용, 리스크를 다 감당할 수는 없다.

 간혹, 그 월급 받아가며 뭐하러 그 회사 다니느냐는 얘기를 듣는다. 사실 스펙이 그렇게까지 나쁜건 아니고, 나이도 젊은 경력직이고, 여러가지 유리한 조건들이 있다. 대기업에 원서를 찔러볼만 하다. 다른 회사에서 스카웃 제의도 받아봤다. 하지만 그 스카웃 제의를 단번에 거절 할 수 있었던 것은, 여기서 배울만한 것들이 아직도 많고, 내가 이 일을 좋아하기 때문이고, 이 회사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만약 여기보다 더 배울것이 많고 일이 재미있는 곳이 있다면 돈에는 크게 상관 없이 이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직 그런 곳은 못 찾았다.

 나도 돈은 좋아한다. 많이 있으면 좋겠다. 사람에 따라서 돈이 직업 선택에 있어서 최우선의 가치가 될 수 있다는 점, 이해는 한다. 

 하지만 내가 고용주라면 그런 사람은 절대 뽑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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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09/11/06 12:03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겨울소년 2009/11/06 12:48 #

    네. 저도 연봉이 갑자기 확 오르면 부담감 엄청나게 느낄 것 같습니다. 그 이상으로 벌어 오라는 얘기니까요. 요즘은 거의 칼퇴근 (IT 에서는 놀라운 일입니다 ㅋ) 하고 있지만 연봉을 올려 준다면퇴근이고 뭐고 -ㅅ- 개인 시간이고 뭐고 -ㅅ- 없겠죠.
  • Niveus 2009/11/06 13:35 # 답글

    확실히 하는 일에 비해서 연봉이 높아지는것도 부담이면 부담이죠(;;;)
    저도 제대로 된 사회활동이었던 건설판(...)에서 연봉이 높아지면 부담이 되더군요.
    뭐 경력 자체가 년차가 되서 오르는것이라지만 전문 기능직도 아닌 단순 관리직인데 일당(정식계약이 아니라 단기계약근무)이 오르면 나름 부담이 되곤 합니다.
    ...그리고 뭣보다 그럼 돈 무서운걸 잊게 되버리니까요 -_-;;;
    (물론 그래도 일 20시간 근무 이딴걸 하는 빡센일 할땐 돈 더 줘! 하고싶더군요 -_-;;;)
    참고로 경영자입장에선 그 사람의 연봉의 2배는 벌어와야 괜찮은 직원으로 봅니다.
    전공수업할때엔 '대기업의 경우 연봉의 200%, 중소기업도 연봉의 170%이상 벌어와야 한다' 라고 배웠지만 이론은 이론 현실은 현실이죠.
    ...대기업은 저것보다 더 심하겠고 중소기업은 더 적겠죠.
  • 겨울소년 2009/11/06 13:51 #

    주먹구구식 계산으로는 연봉의 2배 정도 벌어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날나리 직딩인 저는 월급벌레...? (뭐 그래도 올해 제가 들어갔던 프로젝트 에서는 2배 이상 번 것 같습니다만)
  • 환자 2009/11/06 18:33 # 답글

    난 '일'이 하고 싶다... 안선생님, 일이 하고 싶어요...
  • 겨울소년 2009/11/07 09:08 #

    환자라면 많은 회사에서 환영받을 것 같은데. 이력서 내 보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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