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07일
발전적인 사용자 경험 : Evolving UX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사내 UX Design 스터디 그룹에서 논의를 진행하다가 나온 것이었다.
발전적인 사용자 경험, Evolving UX 라는 것은 이런 개념이다. 내가 다니던 학교에는 기숙사에서 나올 때 잔디밭과 하수 배관로를 따라 나오는 지름길이 있었다. 거의 모든 학생들이 그 길을 알고 있었고, 그렇게 안전한 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그 길을 이용했다. 그런 일이 거의 4~5년 이상 계속되자, 학교는 아예 그 지름길에 보도블럭을 깔고 가로등을 설치했다.
여기 두 가지 개념이 있다.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이라는 개념과 사용자 해킹(User hacking)이라는 개념이다. 뒤에 나오겠지만, 이 두 가지 개념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좁은 의미에서 UX 란, 사용자가 어떤 시스템에 갖는 기대와 그 기대의 충족 정도라고 볼 수 있다. UX 사례에 잘 등장하는 Apple 사의 IPod 를 본다면, 사용자는 '음악을 듣는 것' 이상의 특정 기대를 IPod 이라는 시스템에 갖고 있고, (아직까지는) 그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기대를 잘 충족시켜 준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이 설령 사용자의 허영심이라고 하더라도!)
사용자 해킹은, 해킹이란 단어가 들어가니까 터미널에 매트릭스 식의 글자들을 띄워 놓는 해커들을 생각하겠지만, 음, 물론 그것도 사용자 해킹에 들어가긴 하지만, 그보다는 보편적이고 단순하다. 사용자 해킹은 사용자가 제작자의 의도를 벗어나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위의 캠퍼스에 있던 지름길이 대표적인 사용자 해킹이라고 볼 수 있다. BBC Radio&Music Interactive 디자이너인 댄 힐 의 인터뷰에서는 '사실 모든 제품은 해킹 가능하다' 라고 한 적 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 댄 새퍼/이수인 역, 에이콘 출판])
사실 모든 제품은 해킹 가능하고 모든 제품은 해킹되어 사용된다. 우리는 흔히 '튜닝'이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해킹하여 사용한다. 어떻게 보면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요구조건을 모두 파악하여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한 얘기고, 한정된 영역까지 기능을 만들어 둔 뒤 추가적인 요구조건이 있으면 해킹해서 사용하라는 것이 정확한 것 일수도 있다. 다시 한 번 Apple 사의 App Store 같은 것이 좋은 예 되겠다.
인터페이스 디자인이라는 것은 다양한 사용자의 복잡다난한 요구조건을 파악하고, 그들의 기대 요건 중 구현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골라내거나, 혹은 기대를 만들어내거나 하는 몹시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이다. 한 두 사람의 인터페이스(또는 UX) 디자이너, 혹은 몇 사람의 디자이너나 기획자 팀이 모두 조사하고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항상 표본조사라는 것은 현실에서의 오차라는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나는 이에 대해 발전적인 사용자 경험이라는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 방법을 제안한다. 사실 제안이라고 하지만 이것은 Rapid Development 에서 이미 많이 사용한 방법으로, 발전적 프로토타이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시스템에 가장 기본적인 제약 조건들을 디자인하고, 사용자의 해킹을 기록, 분석하여, 그 피드백을 반영하는 것이다.
어쩌면 많은 UX 디자이너들은 이미 이 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 방법에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좋은 일일테고.) 하지만 여기에 이름을 붙이고 하나의 분야로 만들어나가는 것 자체도 의미는 있을 듯 하다.
또한 이러한 방식의 단점도 있다. 일단은 소프트웨어처럼 수정이 쉽고 즉각적인 대상이 아니면 적용하기 어렵고, 발전적으로 사용자의 피드백을 반영해 나가면,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만들 수 있지만, 사용자가 '원할지도 모르는 것'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 단적으로 발전적인 사용자 경험 디자인 방식을 통해 MP3를 만드는 것은 경제성이 떨어지는 일이고, 또한 그런 방법을 통해서 IPod 같은 참신한 제품을 만들어내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단 한 가지는 믿는다. 그것이 어떤 시스템이던지, 사람이 만들어 낸 것이거나 신이 만들어 낸 것 등, 모든 유기적인 시스템은 사용성에 따라서 피드백을 통해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것. 그 속도가 빠르거나 늦거나를 떠나서 말이다.
# by | 2009/11/07 16:31 | 트랙백



